부부의 날 단상

결혼식은 이벤트지만 결혼 생활은 이벤트가 아니다

부부의 날! 가정의 달인 5월에 부부 두(2) 사람이 하나(1) 된다는 의미로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기념일이라는 게 뭔가?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날(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25전쟁일 등)을 제외하고 기념일이란 평소 제대로 챙기지 않을 때 제발 좀 챙기라는 의미로 만든 것이다. 식목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들처럼 말이다. 부부의날도 마찬가지다. 서로 사랑해서 영원히 행복하고 싶어서 결혼했지만 행복하기는커녕 무늬만부부, 쇼윈도우부부로 살거나 철천지 원수처럼 사는 부부들이 많기에 이날 하루만이라도 서로를 섬기라는 의미에서 만든 날이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평소 서로 사랑하며 행복한 부부가 기념일을 챙기는 거야 박수칠 일이다. 


부부! 참 신기한 관계다. 생면부지의 남녀가 덜커덕 만나 잘 살아보자며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결혼해 아들 딸 낳고 살다 나이 들어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 세상에 이런 도박이 없다. 말 그대로 백년해로하는 부부도 있고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도중에 사별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갈등하다 더 이상 견디다 못해 졸혼 또는 이혼하는 부부도 많다. 

끝까지 해로하는 부부와 중도 하차하는 부부의 차이가 월까. 해피하게 엔딩하는 부부는 너무나 사랑해서일까. 또 새드 엔딩 부부는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일까. 두 유형의 부부 모두 처음에는 너무너무 사랑했을 게다. 경제적 이유나 정략적 결혼을 제외하고는 서로 사랑하는 감정으로 해피엔딩을 꿈꾸며 결혼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결혼해보니 결혼생활이 생각과 달라도 한참 다른 현실에 충격을 받고 갈등하기 시작한다. 이를 바로잡아보려고 이런저런 시도 - 회유, 설득, 논쟁, 협박, 싸움, 가출 등 - 를 해보지만 쉽게 회복하지 못한다. 그게 결혼생활이고 결혼의 과정이다. 그러나 정작 결혼할 때는 그러리라는 생각을 못했다. 무조건 잘 살 줄만 알았다.

나는 30대 중반에 미국 후버댐 여행 중 70대의 미국인 노부부를 만났는데 남편이 아내의 풀어진 신발끈을 묶어주는 장면을 감명 깊게 보았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아내에게 "우리도 저렇게 나이 들어가자"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결혼 후 10년 동안 지져도 보고 볶아도 보며 참 무던히도 싸웠다.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다. 이후 10년은 먹고 사느라 또 두 아이 키우느라(주로 아내가 키웠지만) 부부라기보다 전우애로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10년은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자며 부부세미나를 찾아다니며 뒤늦은 결혼 공부를 했고 이제 부부가 뭔지, 결혼이 뭔지 조금 알 것 같다. 결혼 전에 배우고 알아야 할 것들을 결혼한 지 30년이 지나 비로소 알게 됐다. 앞으로 30년은 배운 것들을 십분 활용해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겠다는 소망을 갖는다. 그래서 가정행복코치가 되어 책을 썼고 강의, 코칭을 하며 나처럼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들을 돕는 사역을 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결혼식은 이벤트지만 결혼 생활은 이벤트가 아니다. 부부간에 서로 사랑하는 것은 부부의 날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해야 하는 것이다. 서로 사이가 나쁜 부부가 부부의 날 고급 레스토랑에서 회식을 하고, 비싼 가방을 선물한 들 없던 사랑이 생겨나지 않는다. 존 피셔가 말했다. "좋은 결혼 생활이란 좋은 짝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짝이 되는데 있다"고. 좋은 짝은 기성품이 아니라 주문품이다. 좋은 짝이 되려고 노력할 때 좋은 짝이 된다. 결혼 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수십 년의 결혼 생활을 절대로 잘 해낼 수 없다. 뒤늦게라도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 그럴 때 해피엔딩으로 맺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만든 말이 있다. 행마배실!
(행) 행복하기로 
(마) 마음먹은 만큼 
(배) 배운 만큼 
(실) 실천한 만큼 
딱! 그만큼만 행복하다.
마음먹지 않았는데 행복할 수 없고, 배우지 않았는데 행복할 수 없으며 실천하지 않았는데 행복할 수 없다. 행마배실하자!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