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나는 책을 두 권 출간한 사람이다.
(책 홍보는 아니니 오해 마시라)
첫 책 [이럴 거면 왜 나랑 결혼했어?]는 2012년 5월, 두 번째 책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는 2017년 11월 각각 출간됐다. 두 책 모두 독자의 사랑을 많이 받은 책이다. 첫 책은 결혼 분야 베스트셀러를 넘어 6년 간이나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다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됐고, 두 번째 책 [차라리 혼자 살 걸 그랬어]도 출간 이후 줄곧 결혼 분야 상위에 올라 있다가 심심하면 1위로 올라선다. 다른 신간이 나오면 잠깐 자리를 내줬다가 어느새 또 올라온다.

출간한 지 1년 6개월이 지나도 꾸준히 판매가 되면 스테디셀러로 보내지는데 이 책도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 1위에 올라 있다. (2019. 10. 1 현재 예스24 기준)

참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씁쓸한 마음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을 집어 드는 사람들은 베스트셀러라는 입소문을 듣고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미혼의 경우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나, 기혼자의 경우 결혼을 후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결혼생활이 망설여지고 현실적으로도 힘들다는 말이다. 그분들은 '나도 혼자 살아볼까?'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 책은 부부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은 수지맞는 사람들이다.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을 한 사람들이다.

요즘처럼 비혼이 늘어나는 추세에 나는 왜 결혼을 종용할까. 왜 혼자 살지 말라고 강조할까. 삶은 지극히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조물주는 남녀가 더불어 살라고 설계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음식점에 가면 '찌개는 2인이 기본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남녀의 결혼생활을 섞어찌개에 비유할 수야 없겠지만 인간의 삶도 2인이 기본이다. 그래서 사람 人이라고 쓰고 또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상식적이라는 말이 뭔가. 배가 고프면 음식을 섭취해야 하고, 밤이 되면 잠을 자야 하고, 아침이 되면 일어나 활동을 해야 하며, 성호르몬이 넘치는 적당한 나이가 되면 적당한 상대를 만나 섹스를 하고 자녀를 낳고 살아가라는 말이다. 또 남자의 역할, 여자의 역할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살면서 서로의 부족을 채워가면서 살아가라는 말이다. 남자 혼자서 평생 잘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또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가 만난 독거 남녀들 중 상당수는 사회적 성과를 많이 내고 있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독신의 삶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으니 이해하시기 바란다.) 그분들의 사회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속사정을 들어보면 혼자의 삶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토로한다. 전등을 갈거나 무거운 것을 들거나 하는 삶의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관계의 부재, 즉 외로움이 그들을 더 힘들고 괴롭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에게 집착하게 되고 그것이 또 자녀들과의 관계를 더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물론 결혼이 곧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는 말도 아니다. 위에서 기혼 독자들이 이 책을 선택하는 이유도 결혼생활의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30년간 떨어져 살며 가치관도, 습관도, 문화도 다른 남녀가 만나 50~70년을 같이 사는데 어찌 말도 없고 탈도 없겠는가. 게다가 자녀까지 태어나는 복수의 인간관계 속에서 문제와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혼 제도야말로 남자와 여자를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최고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역설적이게도 부부의 관계, 부모 자녀의 관계에서 갈등 형태가 다양하고 또 광범위할수록 개인의 성숙도는 더 높아진다. 그런 다양한 갈등들을 이겨낼 때 보다 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개중에는 이런 성숙에 이르지 못하고 무늬만 부부, 허울뿐인 가족인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위에서 삶은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상식적인 삶은 무엇일까. 최근 아내와 함께 양재천을 산책하며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얻으려고 애쓴다. 많은 것을 이루려고 애쓴다. 결국은 '돈'이다. 그래서 나도 젊어서 많은 일을 해냈고, 많은 돈을 벌어 보기도 했고 또 많은 돈을 잃기도 했다. 살아보니 필요 이상의 돈은 오히려 근심과 걱정거리만 됐던 것 같다. 나름 내린 결론은 이렇다.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하고 적당할 때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내 몸 건강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 한 채가 있고 밥 세끼 굶지 않고 가끔 외식할 정도의 여유가 있고 통장에 약간의 돈이 있으며 결혼한 자녀들이 이혼하지 않고 잘 살고, 손주의 재롱을 보며 그들이 장성하여 결혼하는 것까지 볼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 아니겠는가. 너무 소박한가. (아니 혹자에 따라서는 너무 큰 꿈일 수도 있겠다.) 우리 그렇게 살다 가자고 결론을 내렸다. 다소 싱거운 결론이지만 그래서 삶이 상식적이라고 하는 거다. 행복, 그거 별거 아니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