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사랑하라 또 사랑하라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안 하고 산다.      

연휴 마지막 날 아내와 함께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봤다.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연극이다. 70대 커플의 순수한 사랑을 다룬 老맨스 연극이다.

주인공 이순재+손숙 커플의 老맨스 연기도 순수하고 아름다워 좋았지만 조연인 이문수+박혜진 커플의 생의 마지막 여행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장군봉이 치매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죽어가면서 김만석에게 "우리 손 떼어 놓지 마~"라는 유언에 그만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아이, 쪽 팔리게ㅠㅠ)

송이뿐(손숙)이 김만석(이순재)에게 "내가 살면서 누군가로부터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에요" "우리가 만난 건 한 계절뿐이지만 만석 씨는 내 인생 전체를 행복하게 해 줬어요" 그렇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 전체에 대한 기억을 바꿔 놓을 수 있다.

남녀 사이에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관계는 연인이거나 부부다. 연인일 때는 “사랑한다”는 말을 수없이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서양인들은 입버릇처럼 “I love you"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말은 마음의 표현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 천 송이 장미를 가지고 있어도 상대에게 한 송이도 전해지지 않는다. 자녀들에게는 수 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왜 부부 사이에는 그 말을 하지 못 하는가.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사랑 표현에도 때가 있다. 그때를 놓치면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더 늦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하자.     

연극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아내가 잠잠히 말한다. “저렇게 죽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아요. 병 걸려서 구차한 모습으로 사느니, 또 혼자 남아 자식들 눈치 보며 사느니 부부가 한 날 한시에 가는 것도 괜찮지 않아요?”라고 한다. 선뜻 대답을 못했다. 내 마음이 뭔지도 모르겠다. 

아내의 말을 들으며 내 첫 책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에필로그에 썼던 내용이 떠올랐다.      

아래에 인용해 본다.

D에게 보내는 편지

지난 2007년 9월 24일 전 세계 언론은 한 철학자와 그 아내의 죽음을 긴급히 타전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앙드레 고르(84세)가 불치병으로 고통받아온 아내 도린(83세)과 함께 파리 교외의 자택에서 나란히 누운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동반자살이었다. 현관문에는 “경찰에 알리시오”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고 두 사람이 누운 침대 곁 탁자 위에는 지인들에게 쓴 편지가 여러 통 놓여 있었다. 화장한 재를 그들이 함께 가꾼 마당에 뿌려달라는 유언과 함께... 

사르트르의 절친한 친구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언론인이자 지성인인 고르가 자살 1년 전 가을 펴낸 작은 책 『D에게 보낸 편지-어느 사랑의 역사』가 세계 출판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에필로그를 준비하면서『D에게 보낸 편지-어느 사랑의 역사』를 읽고 한동안 가슴앓이를 했던 것을 떠올렸다.

이 책은 앙드레 고르가 죽음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바친 아름다운 연서(戀書)이자 유서다. 선택한 죽음을 맞기 1년 전 고르는 아내와의 첫 만남부터 그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한 통의 긴 편지를 썼고 이를 본 지인들의 권유로 그 편지글을 책으로 냈다. 언론들은 “오랫동안 읽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사랑에 관한 올해 최고의 책” 등의 찬사를 그 책에 바쳤다.

어느 인터뷰에서 고르는 “우리가 아이를 가졌다면 나는 틀림없이 도린을 질투했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독차지하는 것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계약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부부의 연을 맺고서도 각자 다른 남녀에게 눈 돌리기 바빴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고르 부부는 항상 서로에게 충실했고, 정신적/육체적으로 변함없는 믿음을 지녔다. 그들은 “몸과 마음으로 공명하는” 존재와 존재의 결합을 소망하고 실제로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그 책에 소설가 김훈은 이렇게 추천사를 썼다.

“이 경이로운 사랑은 기다림이나 그리움 같은 결핍의 운명에 함몰되지 않는다. 이 사랑은 살아 있는 모든 순간마다 생명 속에 가득 차서 삶으로 발현되는 사랑이다. 그렇게 발현되는 사랑의 힘이 삶을 지탱해주고 삶을 전환시킨다. 사랑은 잠재태가 아니고, 사랑은 예비음모가 아니므로, 몸과 마음이 본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삼인칭의 타자로서 내 앞을 가로막는 ‘그’를 이인칭의 상대인 ‘너’로 전환시키고, 그 너에 다시 ‘나’를 포개서 내 안에 그와 너가 공존하면서 생활을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아, 나는 언제 이런 사랑 한번 해보나.” 

나는 89쪽밖에 안 되는 그 책을 읽고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린이 죽은 그 해 생일을 앞두고 고르가 쓴 연서의 내용이다.

“곧 여든두 번째 생일을 맞을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하며 내 가슴을 들뜨게 합니다.”     

고르에게 아내 도린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다. 소설가 신경숙이 평했듯이 고르는 ‘아내 도린이 없으면 다른 모든 것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 ‘고 보았고 ’그 본질을 위해 비본질적인 것‘을 포기한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예전에 비해 ’쿨‘해지고 사랑한다고 결혼해 놓고, 몇 년 안 돼 이혼하는 부부의 소식이 더 이상 이상할 것이 없는 이 시대에 이들의 사랑의 역사는 차라리 한 편의 ’ 고전‘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끝난다.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나는 받아 들지 않을 겁니다. (...)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      

책을 덮고 하염없이 울었다. 슬퍼서가 아니라, 아름다워서였다. 이런 사랑도 있는데 나는 뭔가. 내 사랑은 너무 옹졸하다. 인생은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짧다. 그런데 왜 치고받으며 지지고 볶고 사는가. 그래, 우리도 이런 사랑 한 번 해 보자.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사랑은 죽을 만큼 사랑할 때 사랑이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결혼 분야 베스트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