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그냥 해보자

새로운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가짐도 필요하고 준비도 해야 하고 배워서 해야 하지만 그냥 하는 것이 먼저다. 그냥 하면 된다.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책을 사서 보고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단 해 보는 거다. 일단 해 보면 내가 뭐가 부족한지 알고, 뭘 배워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때 배우면 된다. 또 일단 시작해 보면 과연 내가 계속할 일인지 안 할 일인지도 판단이 된다. 그러지 않고 시도를 하지 않게 되면 계속 내 머릿속에  미련이나 후회로 남아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지장을 준다. 그런 사람들은 이래서 못 하고 저래서 못 한다고 핑계를 댄다. 핑계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사람들의 넋두리다.

자전거를 잘 타는 방법은 일단 자전거를 타는 거다. 자전거 타기는 책으로 배울 수 없다. 타면서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를 반복하면서 잘 타게 된다. 수영이나 골프도 마찬가지다. 수영을 배우려면 일단 물에 입수해야 한다. 물을 먹으면서 물을 이겨내는 법을 익히는 거다. 골프에 관한 책이 수십 권 아니 수백 권이나 되겠지만 골프는 책이나 이론으로 배울 수 없다. 또 책 쓰는 법을 배우기 위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책 쓰기는 아무리 좋은 강의를 들어도 쓸 수 없다. 책 쓰기는 글쓰기부터 시작하는 거다. 그 글이 모이면 책이 된다. 물론 책을 많이 쓴 유명 저자로부터 경험담이나 고급 노하우를 배울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일단 내 글을 써 본 다음 필요한 것들이다. 나는 세 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다. 첫 책은 10년간 모은 원고를 7개월 동안 갈무리해 출간을 했다. 무명 작가의 첫 책이었지만 출판사에서 내가 쓴 원고의 99.9%를 그대로 실었다. 그 책을 쓸 때 관련 분야 독서는 많이 했지만 어떤 책 쓰기 강의나 공부를 따로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출간 후 3년 넘게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은 책이다.

스마트폰 활용법을 배우기 위해 왜 책을 사고 돈을 내고 배워야 하는가. 스마트폰을 처음 사서 이것저것 만져 보며 배우면 된다. 그러다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지인에게 묻거나 검색하면 다 나온다. 유튜버가 되는 것도 그렇다. 다들 유튜브를 해 볼까 하고 생각하지만 정작 하는 사람보다 안 하는 사람이 더 많다. 배워서 하려니, 장비부터 사야 하니 엄두가 안 나는 거다. 그래서 못 한다. 이것도 그냥 하면 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잘하는 건 그다음이다.

뭔가를 더 잘하기 위해 요령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또 전문가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전문가한테 배워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배워서 하려다 시도조차 못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것보다는 그냥 시작하는 배짱이 더 필요하다. 잘하는 건 그다음이다. 더구나 요즘은 모르는 것은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대부분 알 수 있다. 그때그때 찾아보면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닥치고 그냥 하면 된다.

나는 뭔가 필요하다 싶으면 일단 검색을 해본다. 제작사 사이트를 방문해 효능을 읽은 다음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사용 후기 등을 살펴본다. 그러고도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앱을 다운로드하여 실행해 본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은 없다.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제작사의 튜토리얼 영상이나 FAQ 그리고 유튜브에 올라온 사용법 영상 등을 동해 익혀 나간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쓰다 보면 점점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업무 툴은 엑셀, 워드, 한글, 파워포인트, 마인드맵, 사진/영상 편집 앱, 화상 회의 앱 등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다. 직장에서 간부 시절 필요성을 느끼고 직원들을 불러 궁금한 점들을 하나하나 물어보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이런 도구들을 썩 잘 다루지 못한다. 그때그때 내게 필요한 것들 위주로 배우고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가. 내가 주로 사용하는 것만 익히고 잘하면 된다. 추가로 필요한 기능은 그때그때 물어보거나 유튜브 동영상 등을 참고한다. 지금은 나 혼자 모든 문서작업과 프레젠테이션 작업, 강의안 작성, 화상 강의, 사진 편집 작업, 영상 촬영, 편집 후 유튜브 업로드까지 손수 다 한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치 않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무가치하다는 게 아니다. 주식,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제대로 된 운동을 하기 위해서 전문가의 도움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가가 가르쳐 주는 100가지를 다 하는 것보다 내게 꼭 필요한 10가지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요구된다. 운동이 그렇다. 수십 년을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전문 트레이너에게 배우면서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이른 새벽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헬스장으로 가는 게 먼저다. 헬스장에 가는 습관이 생기면 그때 전문가한테 배우면 된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새벽잠이 많은 나를 헬스장에 보낼 수는 없다. 습관이 먼저다. 기술은 그다음이다. 그런 습관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트레이너의 PT를 받고도 체형이 변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들은 트레이너와 약속된 시간에 딱 맞춰 나타나 사전 준비운동도 없이 PT를 받고 PT가 끝나면 바로 샤워장으로 달려간다. 그런 PT는 안 받느니만 못 하다. 헛돈 쓰는 거다. 나도 몸짱이 되기로 결심하고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5개월간 PT를 받은 적은 있다. 내가 PT를 받을 때는 반드시 30분 전에 나가 웜업 운동을 하고 PT 이후 혼자 남아 마무리 운동을 하곤 했다. 그래야 체형이 변한다. 그 이후 지금까지 5년째 매일 새벽 혼자 운동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잘못되었을 경우 큰 문제가 야기되는 경우(예를 들어 면허도 없이 자동차 운전을 한다든지, 운동을 함부로 해 몸이 다치거나 하면 안 되니...)를 제외하고는 나는 그냥 시도한다.

일단 행동하는 게 먼저다. 그다음 행동이 습관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기술은 그다음이다. 닥치고 그냥 하자.

가정행복코치, 시나리오 플래너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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