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지 않으면 침 흘린다

암울했던 코로나의 긴 터널이 끝나가고 있다. 이제 코로나는 1급 감염병에서 2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정됐다. 가을에 신종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재확산할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감염률이 하향 추세인 것만은 틀림없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뭐였을까.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큰 문제였지만 국민 또는 개인 건강 측면에서는 ‘확 찐자’가 대폭 늘었다는 소식이었다. 한동안 헬스장도 문을 열지 않았기에 운동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목표가 분명한 사람은 목표 달성을 위해 환경과 여건에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아낸다. 그래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성장산업 중 하나가 헬스기구/장비였다고 한다. 헬스장 대신 홈트레이닝을 하는 사람이 대폭 늘었다는 통계다. 운동 마니아인 내 아들도 코로나 기간 중 헬스장에 갈 수 없게 되자 집안 방 하나를 홈트레이닝 전용으로 개조해 운동을 계속했다. 나는 운동 마니아는 아니지만 헬스장을 이용할 수 없는 동안 양재천 걷기로 바꾸고 팬데믹이 장기화되자 몇 개의 운동 장비를 추가 구매해 집안에서 운동했다. 덤벨과 푸시업 바도 새로 샀다. 거실에서 스트레칭 20분, 근육운동 30분, 플랭크 10분 정도 하면 겨울에도 땀이 난다. 그 덕에 코로나 이전 체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헬스장 입구에 이런 문구가 있다.
“I don’t find the time to exercise. I make the time to exercise.”
번역하자면 “나는 운동할 시간을 찾지 않고 운동할 시간을 만든다.”라는 뜻이다. 그렇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운동할 시간이 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출퇴근 시간을 빼고 1~2시간의 운동 시간이 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시간이 나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운동해야 하는 것이다. 

헬스장에서 제일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이 누굴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같은 시간에 나오는 분들, 안타깝게도 중풍 걸린 사람들이다. 그분들은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 건강했던 시절 운동을 멀리 했던 자신의 행태를 후회하면서 뒤늦었지만 죽기 살기로 운동을 한다. 다음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바로 몸짱들, 운동 마니아들이다. 그들은 즐거워서 운동을 한다. 그들은 매일 기록 경신을 한다. 그렇다면 헬스장 주인이 제일 좋아하는 회원들이 누굴까? 연회비 내놓고 일주일에 한두 번 와서 TV 보며 러닝머신 30분 걷다 샤워하고 맥주 마시러 가는 분들을 제일 좋아한다. 이른바 호객님들이다. 그렇게 해서는 운동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래서는 체형 변화가 안 되니 곧 운동을 포기하게 되고 계속 ‘확 찐자’가 되어 간다. 좀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지만 땀 흘리지 않으면 침 흘리게 된다. 지금 내 몸이 이런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몸 상태가 좋던 나쁘던 그것은 내 탓이다.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10년, 20년 뒤 내가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25년째 마라톤을 뛰는 친구가 있다. 내가 그 친구에게 “너는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냐. 이젠 몸에 배어서 마라톤 뛰는 게 전혀 힘들지 않지?”라고 물었더니 그 친구 왈, “천만에! 지금도 뛰어야 하는 날 새벽에는 ‘뛰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고 수백 번을 고민해. 그러다가 운동화를 딱 신으면 그때부터는 가슴이 뛰어. 운동화를 신기까지가 제일 힘든 거 같아”라고 말했다. 25년을 뛰었으면 습관이 될 만도 하건만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는 게 놀라웠다. 그렇다. 무릇 가치 있는 모든 일은 힘든 일이다. 힘든 일을 해낼 때 새로운 역사가 써진다.

나도 6년째 헬스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하루 일정이 바쁘지만 운동을 최상위 순위에 두고 있다. 그러기 위해 지난번에도 소개한 바 있는 4W1H. 주 4회 1시간 이상 운동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어떨 때는 주 6회 운동한 적도 있다. 보통 1시간 반 정도 운동하는데, 요즘 루틴은 스트레칭 20분, 러닝 30분, 근육운동 30~40분, 복근 10분이다. 나는 왜 운동을 할까? 운동이 즐거워서? 노 노 노. 절대로 아니다! 운동하는 과정은 늘 힘들다. 늘 하기 싫다. 운동 자체는 결코 즐겁지 않다. 아니 오히려 고통스럽다. 더운 여름에는 에어컨 아래에서 운동해도 20분만 지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운동하러 가기는 정말 싫다. 더구나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쓴 채 운동해야 해서 고통은 배가된다. 그런데 왜 운동을 할까? 결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과정을 즐겨서가 아니라 결과가 즐겁기 때문이다. 막상 할 때는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꾸준히 지속하면 체형이 변하는 걸 체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 맛에 운동하는 거다.

그렇다. 죽기 살기로 운동하는 사람도, 25년째 마라톤을 뛰는 사람도 과정은 늘 힘들다. 하지만 결과가 어떤 줄 알기 때문에 그들은 기꺼이 오늘 땀을 흘린다. 매일 5km의 땀을 흘려야 1년 뒤 42.195km의 영광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경고가 새삼스럽다. “어제와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면서 내일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와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점점 나빠진다. 침 흘리지 않으려면 땀 흘리자. 

가정행복코치, 시나리오 플래너
이수경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