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행복코치는 맨날 행복할까

내가 가정행복코치라고 하니 사람들은 우리 부부가 맨날 행복하게 사는 줄 안다. "두 분은 안 싸우시죠?"라고 묻는 분들이 많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36년 한 침대를 써왔지만 등 돌리고 잔 날도 부지기수다. 부부 사이가 안 좋을 때는 뭘 해도 이쁘게 보이지 않는다. 평상시엔 가볍게 보아 넘길 일도 사이가 나쁠 땐 반드시 태클을 걸거나 속으로라도 비난을 한다. 대개의 경우 나는 괜찮은데 아내가 날 대하는 태도가 그랬다. 내가 특별히 아내를 더 사랑해서라기보다 남자들이 그렇게 무심하다.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자세한 얘기를 다 전할 수는 없지만 아내가 자그마한 시골 땅 부지 정리 공사를 하고 있다. 내가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땅을 살 때부터 아내가 주도해서 한 일이고, 내가 일이 바빠 도맡아 할 수도 없지만 내가 맡는 순간 내 일하는 스타일과 아내의 스타일이 너무 달라 충돌이 일어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를 배려해서 아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는데 아내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관계자들(설계사, 공사업자, 중개업자)이 아내가 쉽게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내 생각보다 훤씬 많은 돈이 지출되고 있었지만 모른 체했다. 처음에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는데 시간도, 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돼버리자 아내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그 일로 가슴이 답답하고, 잠도 못 잔다고 호소하던 아내가 드디어 백기를 들고 내게 도움을 청했다. 내가 나서서 상황을 파악해보니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전반적인 공사 계획, 소위 마스터플랜이 없었다. 그러니 총공사비가 얼마나 들지, 공사기간이 얼마나 될지도 모른다. 업자들이 돈 보내라면 그때그때 속앓이 하며 보냈던 거다. 

​나 같으면 절대 이렇게 안 했을 거다. 나무라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으나 꾹 참고 우선 대강의 흐름을 파악하고 아내에게 앞으로의 예상 진로를 설명해주고, 지금이라도 내가 도맡아서 하면 비용은 다소 줄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 아내들과 협업해온 업자들과 관계가 나빠질 수 있으니 아내가 계속 진행하되 금전적으로 다소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너무 고마워한다. 업자들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남편이었는데, 내가 그렇게 권한 위임을 하니 자기가 마무리하겠단다. 까탈스러운 남편한테 혼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쿨하게 나오니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나는 지금처럼 도움 요청이 올 때만 돕기로 했다. 

​평소처럼 돈 아끼려고 내가 전면에 나서면 경비 절감은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사람(나도, 아내도, 업자들도)이 다 같이 힘든 상황이 올 거 같아 내 신념을 내려놓은 것이다. 돈을 택할 것이냐, 아내와의 관계를 택할 것이냐. 기로에서 나는 아내와의 관계를 택했다.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부부가 다퉈서야 되겠는가.

​부부는 '돕는 배필'이다. 돕는 배필이란 상대의 부족을 채우기 위한 존재라는 말이다. 이 말은, 나는 배우자가 가지지 않은 것을 가졌고, 마찬가지로 배우자도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을 가졌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부부는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아내가 잘하는 게 있다. 각자 잘하는 것을 하는 게 정상이지만 그런 상황이 안 될 때는 내 기준을 낮춰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 이걸 깨닫는데 20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많은 부부들이 이 단순한 원리를 깨우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방식대로 배우자를 조종하려 하고, 심지어 변화시키려고 한다. 배우자를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그 결혼생활은 절대로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지금 자신의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대부분 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 일이 있고 나서 잠자리에서 아내가 말한다. 
"이젠 당신 코 고는 소리가 달콤해"
"그전엔 어땠는데?"
"딴 방 가서 자고 싶었지"
"그래? 이젠 계속 내 옆에서 자고 싶게 해 줄게. 이리 와 봐"

 갈등은 해결하라고 있는 거다. 갈등은 해결하면 되는 거다. 내 것을 포기하면 갈등은 해소된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결혼 분야 베스트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