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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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연휴 내내 몸이 아팠다.
해마다 겨울이면 몸살감기로 한 차례씩 심하게 앓는데 몇 년간 괜찮더니 작년에 이어 올해 다시 찾아왔다. 편두통에 근육통에 온 몸이 으슬으슬했다.
 
내가 몸이 아프면 아내는 온 신경을 다 쓴다. 집안 온도 조절이며, 약 먹는 시간 관리에, 건강 회복을 위한 식단 관리까지… 원래 이번 연휴에는 새해를 맞아 아들네 온다며 아내가 아들이 좋아하는 곰국을 미리 끓여 놨는데, 코로나 우려로 아들네 못 오게 했다. 몸이 아프니 입맛이 없어 곰국만 주구장창 먹는 나를 위해 아내가 매일 한 끼씩 다른 맛난 음식을 준비해줬다. 아내의 지극정성으로 사흘 연휴가 끝날 때쯤 다 나았다. 그렇게 아내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니 몸은 아파도 기분은 좋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수년 전 해외 출장 중 고열로 이틀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주말이라 병원도 쉬는 날이라 지인을 통해 수의사를 불러 치료받으며 간신히 회복했다. 아내의 도움이 없는 곳에서 발병하니 너무 서럽고 두려운 경험이었다. 또 수년 전 아내와 함께 LA로 여행을 갔다. 20년 이상 해외출장이나 여행을 다니면서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웬일인지 미국 도착해서 3일간 일(X)을 볼 수 없었다. 난생처음 변비란 게 걸렸다. 매일 같은 시각에 볼 일을 보던 사람이 사흘을 못 보니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생리적으로는 마려운데 막상 변기에 앉으면 안 나오는 거다. 화장실을 몇 번을 들락날락해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변기가 아닌 호텔 화장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힘을 주는데 10분 이상 씨름을 해도 안 나온다. 그런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아내가 이런저런 조언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아내가 “잠깐만, 내가 좀 도와줄게”라고 하고선 내 뒤로 오더니 항문에 손을 넣고 끄집어내기 시작하는 거다. 깜짝 놀랐지만 맡겨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결국 그날 볼 일은 못 보고 말았지만... 이후 많은 생각을 했다. 아내는 어쩜 저럴까. 나라면 저럴 수 있었을까. 아니 저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거다. 아내는 늘 나를 감동시킨다. 늘 나보다 한 수 앞선다. 어떤 때는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에라, 이런 팔불출ㅠㅠ)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왜 지저분한  X 얘기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걸까. 지금까지야 큰 병 안 걸렸지만 더 나이 들면 아플 일 밖에 없을 거다. 나뿐만 아니라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도 최근 무릎을 다쳐 6개월 이상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자연스레 내가 아내의 손발이 돼주고 있다. 연식이 오래된 기계가 고장 나는 것처럼 사람도 나이가 들면 고장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럴 때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 당연히 배우자다. 배우자(配偶者)의 의미가 뭔가. 배필(配匹) 즉 짝을 나눈다는 의미다. 상대의 부족을 채우는 존재라는 의미다. 몸이 아플 때 장성한 자녀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다들 지들 살기 바쁘다. 살을 맞대고 사는 배우자처럼 도움을 줄 수는 없다. 지금도 그런데 더 나이 들면 더 많은 곳이 아플 것이고, 그때 도움받을 곳은 배우자밖에 없다.

친한 지인들 중에 의도치 않게 홀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몸이 아플 때라고 한다. 젊어서는 천년만년 건강하게 혼자 잘 살 것 같아도 그건 비현실적 기대일 뿐이다. 배우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그분들이 참 안타깝다. 바야흐로 백세 시대다. 적당한 나이에 결혼하여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끝까지 백년해로하자. 그게 잘 사는 길이고 최고의 행복이다.

아내의  말이다. "당신이 어떤 병이 걸려도 내가 낫게 할 수 있어" 난 그 말을 믿는다. 아내가 아플 때 내가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