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아름다운 이별

결혼은 아름다운 이별이다

결혼은 부모를 떠나는 과정이다. 사람은 부모를 통해 태어나 부모에게서 양육을 받고 자라지만 결국 부모를 떠나서 살아가는 존재다. 그것이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서양의 경우 18세 전후의 성인이 되면 부모를 떠나는 것이 당연시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를 떠나지 않고 같이 살다가 결혼이 부모를 떠나는 공식적인 시기다. 그래서 나는 결혼식을 '아름다운 이별식'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성경에서는 "남자가 그 부모를 떠나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룬다"라고 하고 있다. 꼭 성경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다.     

떠남이라고 하는 것은 육체적 떠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신적, 정서적, 경제적, 영적 떠남을 의미한다. 부모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누군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이 스스로의 영향력을 행사할 때 우리는 자아를 찾았다고 말한다. 자아(自我)의 정의가 ‘사고, 감정, 의지 등의 여러 작용의 주관자로서 이 여러 작용에 수반하고, 또한 이를 통일하는 주체‘(두산백과에서 인용)라고 돼 있듯이 타자(他者)의 위협(?)에 흔들림 없이 대처해 나가는 주체라는 의미다. 이럴 때 비로소 한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의 젊은 부부들은 결혼하고서도 부모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헬리콥터 맘(자녀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엄마를 가리키는 말)이라던가 캥거루 맘(캥거루처럼 자식을 곁에 두고 조종하며 무엇이든지 다 해주려는 엄마), 제설차 맘(자녀가 저지른 각종 사고까지 일일이 뒷수습을 해주는 엄마)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건 어찌 보면 자녀들의 문제라기보다 부모의 문제다. 부모들 스스로 자녀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거다. 결혼을 했음에도 자녀 부부의 결혼 생활에 이런저런 간섭을 그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들의 주권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결혼은 독립적인 자아와 자아의 만남이다. 독립적이지 않은 자아들이 만났을 때 결혼생활에 문제가 발생한다. 결혼을 했음에도 자신들의 결혼 생활에 끊임없이 부모들을 개입시킨다.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자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 방정식을 1+1=2가 아니라 2+4=6라고 하는 거다. 부부 2명 외에 각자의 부모 4명을 끌어들이는 결혼생활이다. 이래서는 부부가 온전한 결혼생활을 해 나갈 수가 없다.      

결혼하는 순간 부부에게 1순위는 부모가 아니라 부부다. 이렇게 말하면 "부모에게 효도하지 말라는 말이냐?"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효도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독립적인 자식과 의존적인 자식 중 누가 더 부모에게 효도를 잘할까? 당연히 독립적인 자식이다. 의존적인 자식은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모를 찾는다. 그래서야 어찌 부모에게 효도를 하겠는가. 결혼한 자식이 부모의 걱정거리가 되는데 어찌 효도가 되겠는가. 부모에게 최대의 효도는 자식들이 장성해 출가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식이 자신들의 가정을 잘 꾸려나가는 것이 부모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요 희소식이다.      

그러나 동양의 효(孝) 개념으로 볼 때 자녀 스스로 그런 인식을 갖고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부모가 먼저 자녀를 떠나보내야 한다. 훌륭한 부모는 결혼한 자식을 곁에 두고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부모가 아니라 결혼과 동시에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다. 자식이 결혼하기 전 날 밤 부모가 자식을 불러 “이제 너는 우리 곁을 떠나 네 가정을 이루게 된다. 이제부터 너는 네 아내(남편)와 더불어 너희들의 가정과 가문을 이루어야 한다. 너희 두 사람의 가치관과 의사가 무엇보다 존중되어야 한다.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돕겠지만 가급적 너희 둘이 결정하고 실행하기 바란다.”라고 말해줘야 한다. 그럴 때 자녀는 비로소 떠날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부부의 2순위는 자녀다. 이 말에 대해서도 "자녀가 더 소중하지 않냐?"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자녀가 소중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자녀를 소홀히 대하라는 말이 아니다.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건강한 자아상과 배려, 이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이 장성하여 결혼을 하게 되면 독립적인 부부로서 가문을 이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과 동시에 부모를 떠나 아내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루고 자신들도 자녀를 잘 떠나보내는 것이 한 인간의 삶의 목적이고 과정이라 하겠다. 부부들이여, 부모를 떠나라!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결혼 분야 베스트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