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익어가는것

부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

10월의 마지막 날~
해마다 이때쯤이면 들리는 노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와 '잊혀진 계절'
하나는 10월의 만남을 기뻐하는 노래고, 다른 하나는 10월의 이별을 슬퍼하는 노래다. 같은 계절이라도 누군가에겐 기쁨을 주고, 누군가에겐 슬픔을 준다. 내게는 참 감사함으로 다가오는 계절이다. 

37년 전 그녀를 만났다. 1년의 데이트 끝에 그녀의 청혼(미안하게도)으로 36년 전 10월의 마지막 날에 화촉을 밝혔다. 철 모르던 시절 만나 36년을 같이 살았으니 짧지 않은 세월이다.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헤어지지 않은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앞으로 36년 더 함께 살고 싶은데 하늘이 허락할지 모르겠다. 

나는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다. 내가 가정행복코치라니까 사람들은 나를 원래부터 자상한 남자, 모태 애처가인 줄 안다. 천만의 말씀이다. 결혼 10년 동안 불량 남편, 문제 아버지였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돈만 많이 벌어다 주면 내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데 딱 10년 걸렸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선 빨리 깨닫게 된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수잔 딕슨이라는 결혼 전문가는 자신의 저서 <결혼 : 그 목적이 무엇인가?>에서 이런 고백을 했다. "제가 결혼하기 전에 알아야 했던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결혼한 지 25년이 지나 이혼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저는 결혼의 목적이 없이 25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습니다. “ 다들 이렇게 산다. 아무 생각 없이 산다. 

아내로부터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고, '차라리 혼자 살 걸 그랬어'라는 생각도 수없이 했었다. 며칠 전 잠깐 본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이혼 부부 차태현과 배두나가 "사람은 평생 같이 살기 힘들어요"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그래, 두 사람이 50~70년 같이 사는 거 결코 쉽지 않다는 거 인정한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낼 때 아름다운 거 아닐까. 그게 결혼의 이유이고 목적 아닐까. 그거야말로 '최고의 결혼' 아닐까. 평소 좋아하는 노래 가사가 오늘따라 깊이 와 닿는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고백하건대 내가 오늘의 나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아내 덕이다. 우리 집 가정 경영자는 내가 아니라 내 아내다. 36년 동안 아내한테 진 빚, 남은 36년 다 갚아도 모자랄 거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