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대화, 탁구 치듯 해라

부부대화, 탁구 치듯이 하라

최근 모임에서 자타공인 성공한 CEO인 존경하는 인생 선배를 모셔서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동부인해서 참석하셨다. 젊은 참가자들이 인생 선배의 지혜로운 말씀에 깊은 울림과 큰 감동을 받았다. 재미있는 일은 모임이 끝나고 뒤풀이에서 일어났다.     

오래전 부부동반 모임에 나가셨는데 공식석상에서 누군가 아내에게 남편 칭찬 좀 해보라는 말을 듣고 아내는 몇 번의 고사 끝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남편 데려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복 터진 사람이에요." 남편은 그 말을 듣고 기분 좋아했고 그 이후 그걸 자랑처럼 얘기했다.  

그 날 뒤풀이에서도 남편이 자랑스레 또 그 얘기를 꺼내자 아내가 조심스레 말했다. "제가 지난번에 그렇게 말했던 건 당신이 회사 일에 그렇게 열정적이었던 만큼, 가정에는 소홀했다는 뜻이었어요." 아내가 자신의 속내를 비친 것은 그 말을 하고 무려 십 년이 지나서였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남편의 반응을 궁금해했다. 남편은 당황하며 아내에게 "내 입장에서는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어~" 라며 자신을 방어하기에 바빴다. 대부분 남편들이 이렇게 반응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10년이나 지나서 아내가 자신의 속마음을 보였다면 남편은 다르게 반응해야 한다.

내 직업병이 도졌다. 원포인트 코칭을 해드렸다. 두 분이 서로 손을 맞잡고 눈을 마주 보게 한 다음 남편이 아내를 향해 "아, 나는 당신이 나를 칭찬하는 줄 알고 기분이 우쭐했었는데, 당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내가 회사일 하느라 가정에 소홀했던 것에 섭섭한 마음이 있어서였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난 당신이 지금까지 늘 내 편을 들어줘서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고마워. 과거에 못 했던 만큼 이제부터라도 내가 당신 잘 보살펴줄게."라고 말하게 했다. 그분은 잘 따라 하지 못했지만 아내는 내 말을 듣고 "맞아요. 저렇게 해야 한다고요."라며 반색을 했다. 그리고는 뒤이어 하소연을 하셨다. “당신이 전문경영인으로서 밤낮으로 애쓰니 당신을 고용한 사주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고의 인재를 영입한 거였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오랜 세월 당신이 가정을 비웠던 걸 생각해 보세요. 제 입장에서 보면요”  

 이게 공감이다. 아마 살아오면서 대화법, 경청, 공감에 대해서 수없이 들었으리라. 그러나 이걸 실제 잘 적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먼저 경청해야 하고, (그런데 대개 이 단계에서부터 잘 안 된다) 그다음에 공감해야 한다. 경청하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다. 타인이 말하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간다. 대부분 방어, 회피, 비난, 공격이다. 이 분이 했던 건 방어였다. 아내가 왜 10년이나 지나서 이런 속내를 비친 건지 속으로 곱씹었어야 했다. 그런 다음 아내의 감정(속내)에 공감하는 표현을 했어야 한다. 이게 잘 되지 않으면 대부분 아내들은 속으로 ‘말해 봐야 뭘 해. 에구, 이제 다시는 말 안 할 거야.’라고 마음먹게 된다. 그래서 부부간에 점점 대화를 잃게 된다. 오늘날 대부분 부부의 모습이다. 부부간에 자주 들어야 할 말은 “맞아요. 내 말이 바로 그거예요”다. 경청과 공감이 잘 되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다.      

나의 짧은 코칭에 참석자들 대부분이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자신들도 살아오면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만큼 대화는 쉽지 않다. 대화는 탁구와 비슷하다. 핑퐁 대화를 해야 한다. 상대가 잘 받아칠 수 있도록 내가 상대에게 쉽게 공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실제 대화에서는 어떤가. 탁구 경기할 때처럼 상대가 받아치지 못하도록 어렵게 공을 보낸다. 공격적인 스매싱을 해서 상대를 쩔쩔매게 한다. 부부의 대화는 경기가 아니다.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주거니 받거니, 오순도순, 알콩달콩 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아내와의 대화에서는 경청, 공감 잘 못 한다. 부부대화, 그만큼 어렵다ㅠㅠ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