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에 뭐 해요?

5월21일, 부부의 날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죠.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이어 마지막 기념일인 ‘부부의 날’입니다. 부부의 날이 국가기념일이고 세계적 기념일로 정해졌다는 사실 아시나요? 올해는 세계부부의 날 제정 29주년이자 국가기념일 제정 16주년 기념일입니다. 또 UN 기념일로도 지정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노력 중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주변에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잘 챙기는 것 같은데, 부부의 날은 잘 모르기도 하고 덜 챙기는 것 같더군요. 왜 그럴까요? 

제 직업이 가정행복코치인지라 결혼 관련 책도 출간했고 강의도 자주 하고 방송에서도 활동하곤 합니다. 그런데 오피니언 리더에 속하는 방송 진행자들조차 부부와 사랑 얘기를 꺼내면 어색해하고 “부부끼리 꼭 그래야 합니까?”라고 반문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러면 저는 그분들에게 되묻습니다 “부부끼리니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부부끼리 서로 사랑 안 하면 누구랑 하죠? “라고요. 이러니 보통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남녀가 너무나 사랑해서  죽고 못 산다며 결혼을  합니다. 축복의 산물인 자녀가 태어나면 그 자녀를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부모들 아닙니까. 그런데 왜 결혼하고 나서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 부부는 서로를 소 닭 보듯 데면데면해질까요?

첫째,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들은 남녀가 만나 연애하는 시기를 마약 중독 상태에 비유하곤 합니다.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여성은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 작용 때문에 페닐에틸아민(PEA)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천연마약 성분과 같습니다. 그런데 남녀가 서로를 탐닉하는 과정이 끝나면 호르몬 생성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중독 효과도 떨어집니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을  짧게는 3개월, 길어야 3년 정도라고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연애 때의 감정을 가지고 결혼 후에도 평생 그렇게 산다면 그들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일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는데 부부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만지고 사랑을 나눈다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겠죠?  따라서 사랑의 유효기간이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 즉 권태기를 어떻게 보내냐 하는 것이 부부의 과제인 거죠.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한 거고요. 

둘째,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결혼 생활이 시작되면 부부는 가족의 행복과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생계를 해결합니다. 특히 결혼 초기에는 부부의 소득은 낮은데 지출은 많기 때문에 외벌이가 됐던 맞벌이가 됐던 빡세게 돈을 벌고 모으게 됩니다. 그러느라 부부가 서로에게 소홀하게 되고 부부 사랑은 뒷전이 됩니다. ‘내가 돈 버느라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줄 저 사람도 아니, 이해할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요. 이해는커녕 오해만 쌓여 가죠.

셋째, 예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혼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 부부간 예의를 차리기 힘들어집니다. 하루 중 여러 시간을 같이 붙어 지내는데 예의를 차리면 불편하기 때문이죠. 상대를 부를 때나 대화할 때도 함부로 하게 되고, 방귀도 트고 배우자 바로 앞에서 트림도 하고 거실에서는 팬티 차림으로 돌아다니곤 합니다. 무촌 사이인 부부끼리니 자연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 보면 상대의 매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사이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부부 사이가 나쁠 때는 그런 모습이 꼴 보기 싫어집니다. 집안에 있으면서 넥타이 매고 양복 차림에 있을 수야 없겠지만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집에서 방귀를 뀌지만 아내가 가까이 있을 때는 먼 곳으로 가서 처리를 하고 되돌아옵니다. 아내가 알던 모르던 그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안 하기 때문에 점점 못 하는 겁니다.
사람의 뇌는 참 멍청합니다. 옳고 바른 것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 보고 자주 들은 것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잘못된 행동 일지라도 자꾸 되풀이하게 됩니다. 사랑 표현을 안 하니까 더 못 하게 되고, 못 하니까 더 안 하게 됩니다.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거죠.

다섯째, 공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혼 생활이 오래 지속됨에 따라 이런저런 이유로 부부 사이가 나빠져도 남편도 아내도 개선할 의지가 없습니다. 서로 상대방 탓만 합니다. '나는 괜찮은데, 당신이 문제야. 당신만 고치면 돼'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학원도 다니고 엑셀, PPT 사용법도 배우고, 주식/부동산 등 돈 버는 법도 배우면서, 정작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배우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배우지 않으니 잘할 수  없는 건 당연한 겁니다. 

제가 사설이 너무 길었나요? 부부 사랑, 기념일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메일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하지만, 그동안 소홀하셨다면 내일만이라도 마음껏 사랑하세요. 저는 내일 늦은 오후  아내와 함께 양재천 산책을 하고 양재천 카페 거리에서 근사한 저녁을 대접하려고 합니다. 해피 부부의 날^^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