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즐겨라

‘고독’(孤獨)이란 단어는 부정적 의미로 주로 쓰인다. 단어의 의미도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을 뜻한다. 홀로 외롭게 지내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독거인(獨居人), 고독사(孤獨死) 등의 단어로 주로 쓰인다.

그러다 요즘에는 혼자 하는 행위가 대세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혼밥, 혼술, 혼자 살기(1인 가구), 혼자 여행 등등. 나아가 그런 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거나 찬미하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관련 산업도 성업 중이라고 한다. 편의점에 가면 혼밥이나 혼술 상품이 많고, 식당에 가도 1인을 겨냥한 칸막이형 고깃집이나 1인용 보쌈, 족발 상품도 있다고 한다. 

사회적 추세나 당위성을 떠나 나는 스스로 고독에 처할 줄도 알고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허구한 날 혼자 지내서는 안 되겠지만 특별한 목적이 있다면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씨름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최근까지 혼자 지내본 적이 없다. 늘 사람들 속에 묻혀 지냈다. 가족이거나 직장 동료들이거나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지내느라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딱 한 번 혼자 열흘간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놀라운, 아니 황홀한 경험을 했다. 

두 번째 책 출간을 위해 6개월간 집필 작업을 할 때였다. 70% 정도 썼는데 더 이상 진도가 안 나가 끙끙 앓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입산수도(?)할 요량으로 재작년 6월 초 홍천에 있는 주말주택에 혼자 칩거한 적이 있다. 혼자서 열흘을 지낸 건 난생처음이었다. 혼잠, 혼밥, 혼자 산책 등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새벽에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에 깨고, 낮에는 다람쥐, 토끼를 만나고 한 번은 노루도 봤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혼자 삼시세끼 밥 차려먹고 설거지해보니 역시 사람 사는 건 의식주였다. 30여 년을 나를 위해 이 일을 해준 아내가 존경스러웠다. 아내가 열흘간 먹을 밑반찬을 다 해 놓고 가서 나는 밥만 지어먹으면 됐다. 놀라운 것은 난생처음 내 손으로 밥을 지었는데 할 때마다 놀랄 만큼 밥을 잘했다. 나는 전생에 솥뚜껑 운전수였나 보다 ㅎㅎ

매일 새벽 5시 반 기상, 15분 스트레칭, 30분 묵상, 아침 먹고 글쓰기, 점심 먹고 글쓰기, 오후 5시 텃밭과 화단에 물 주고 1시간 파워 워킹. 저녁 먹고 또 글쓰기. 그곳은 TV, 인터넷도 없는 곳이고 밤 9시만 되면 주위가 칠흑같이 어두워 10시면 무조건 취침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생활해보니 내가 생각해도 난 참 규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새벽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고,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매 끼니 후 앞치마 걸치고 설거지하고, 하루 종일 책 쓰고, 어김없이 같은 시각에 운동하고, 더운물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고... 누군지 30년 같이 산 사람이 참 힘들었겠다.

덕분에 6개월간 써 온 책을 탈고했다. 인생은 꾸준함도 필요하지만 몰입도 필요하다. 매일 조금씩 글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마지막엔 몰아서 써야 한다. 그래야 끝을 볼 수 있다. 한창 탄력을 받았을 땐 하루에 수 십 페이지를 써내려 가기도 했다. 이 열흘을 투자하지 않았으면 그 해 연말까지도 탈고 못 했을 거다. 나는 타고난 작가는 못 되나 보다. 남들은 두 달에 한 권씩도 뚝딱 써내던데 나는 6개월간 매일 조금씩 쓰고 마지막 열흘간 집중해서 쓰는 데도 힘이 부쳤다. 아, 그래도 탈고하니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그해 11월 두 번째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때의 몰입 경험을 통해 혼자 있을 때 사람은 성장한다는 교훈을 깨달았다. 학원에 가서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혼자 자습하는 시간이 성적을 좌우하는 원리와 같다. 배울 때는 다 아는 것 같아도 막상 혼자 하려면 잘 못한다. 자습을 통해 나 혼자 문제를 풀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실력이 된다. 

역사적 위인들도 고독의 시간을 자양분으로 삼은 분들이 많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쓴 故 신영복 선생, 남아공의 국부로 칭송받는 故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천로역정>이라는 불멸의 작품을 쓴 존 버니언,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이자 의미 치료를 창안한 빅터 프랭클도 감옥에서의 시간이 그들에게 인생의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특히 만델라의 감옥에서의 소회 일화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만델라는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감옥 생활을 하면서 복수심이 아닌 용서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만약 내가 감옥에 있지 않았다면 인생의 가장 어려운 과제, 즉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감옥에 앉아서 생각할 기회는 바깥세상에서 가질 수 없는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우리 같은 범부들이야 일부러 감옥에 갈 필요야 없겠지만 처절한 고독의 순간이 한 인간을 성숙시킬 수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성숙이란 그만큼 많은 고뇌와 사색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은 고독을 즐겨라.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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