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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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spoiler)는 영화나 연극 따위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주요 내용, 특히 결말을 미리 알려서 보는 재미를 크게 떨어뜨리는 사람. 또는 그런 내용의 말이나 글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영화/연극의 결말을 미리 알려줘서 보는 사람의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영화/연극 관람의 훼방꾼이라고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도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하기 전 미국 TV 토크쇼에서 진행자가  '토크쇼에 나왔으니 줄거리에 대해 살짝 공개해 달라'라는 요청을 하자 "이 자리에서는 되도록 말을 안 하고 싶다. 스토리를 모르고 가야 더 재미있을 것 아니냐 (The film is best when you go into it cold.)"라며 발을 뺐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스포일러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지만 나는 적어도 자신의 인생에 관해서는 스포일러가 돼라고 강권한다. ‘내 인생의 스포일러가 돼라’ 무슨 말일까? 자신이 되고 싶은 상태(wannabe)를 미리 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것을 선언(spoiling)하라는 것이다. 

옛말에 “병은 널리 알려라”라는 말이 있다. 내 병을 알리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치료에 관한 조언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이런 사람이 되겠다고 선언하면 주위 사람들은 내 일거수일투족을 주의 깊게 볼 것이다. 더러는 응원하는 마음으로, 더러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내 입으로 선언하고 나면 쪽 팔리기 싫어서라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된다. 나는 금연을 결심한 사람에게 반드시 주위에 선포하라고 얘기한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선언하라고 말한다. 내가 담배를 끊을 때도 그랬다. 철없던 시절 담배를 배워 오래 피웠는데 어느 날 건강을 위해 금연을 결심하고 여섯 살 된 아들과 아내 앞에서 금연 약속을 했다. 아이는 무슨 말인지도 몰랐겠지만 나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결국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 만약 아들과 약속을 하지 않았더라면 금연에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이 대목에서는 아내한테 살짝 미안하다ㅠ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를 알리지 않다가 어느 날 “짠!”하며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겠다는 이들이 있다. 그 이면에는 혹시 안 될지도 모르니 실패했을 때 망신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다. 그런 마음으로 하니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홀로 골방에 틀어박혀 고군분투하곤 한다. 그러다가  제풀에 지쳐 딴 길로 새는 이들이 허다하다. 

남들 앞에서 선언했다고 다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게 된다. 처음에는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러면 또 선언하라. 시간은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될 것이다.

실리콘밸리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Fake it until you make it’
‘될 때까지 그런 척하면 그렇게 된다’ 

그런 척하라는 말이 아무 행동도 하지 말고 폼만 잡으라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 일이 이루어진 것처럼 믿고 그렇게 되도록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라는 말이다. 내 인생에 방향을 정했다고 머리에만 담아 두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쓴 시나리오와 다른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매일매일 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생각하고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자신의 목표를 주위에 알리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소개할 때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라고 부른다. 나 스스로 붙인 내 사명이자 정체성이다. 남들이 “네가 무슨 국가대표냐?”라고 시비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그런 경기 종목이 있다면 내가 출전해서 당당히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다. 내가 지난 10여 년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11년 전 ‘행복한 아버지 모임’을 만들어 격월로 아버지들이 함께 모여 공부해 왔고, 6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커플스쿨 ‘둘이하나데이’를 만들어 매월 21일 부부들을 초청해 오프라인 강연회를 해 왔다. 그 두 모임을 합쳐 2019. 9. 21 100회 쇼를 개최했다. 10년 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100회 행사를 해 온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것도 돈벌이가 아닌 재능기부로 말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스토리가 있었겠는가. 그 스토리를 글로, 영상으로 꾸준히 전달했으니 사람들이 나를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로 인정해주는 거다. 

또 가정행복코치인 내가 그런 사회 활동을 하면서 내 가족이 행복하지 않으면 헛소리에 불과하기에 언행일치, 삶행 일치를 위해 노력해왔다. 다 큰 아들 딸이야 이제 자신들의 삶을 살 테고, 그동안 나를 위해 30년 넘게 헌신해온 아내를 위해 ‘와이프 데이’를 만들어 5년째 실천해 오고 있다. 와이프 데이는 보름마다 갖는 부부 데이트 시간(그래서 내 아내는 “왜 이걸 ‘와이프 데이’라고 하냐? 둘이 같이 노니 ‘부부 데이’라고 해야지”라고 항변한다)인데 내가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해서 아내와 함께 영화, 공연을 보거나 맛집을 가거나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곤 한다. 딴 사람들은 와이프와 데이트한 글을 써서 SNS에 올리면 자랑질이 되지만 내가 하면 콘텐츠가 된다. 나는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니까. 그게 내 시나리오니까.

그런 우리도 수 틀리면 심하게 부부 싸움을 한다. 그때마다 아내로부터 수 없이 “이혼하자”는 말을 들었고, 또 나도 홧김에 그런 생각을 여러 번 했지만 나는 곧 마음을 고쳐 먹고 회복을 시도한다. 나는 가정행복코치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선언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이혼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관계가 회복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시덕거리고 산다. 나는 농담 삼아 아내에게 말한다. “내가 가정행복코치 아니었으면, 우리 벌써 헤어졌어. 알아?” 그러면 아내는 이렇게 응수한다. "나도 그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러고 산다. 알아?"

선언한다는 것은 남들에게도 기억되지만 무엇보다 내 뇌에 기억된다. 그것이 내 생각과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결국 나는 그 사람이 된다. 교육학자들이 말하는 일종의 자성예언(自成豫言, self-fulfilling prophecy)이다.

선언하라! 그러면 그렇게 된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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