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웬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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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별명은 ‘친절한 수경씨’다. 사실은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사회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친절하지만, 유독 아내에게만큼은 친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내에게도 친절한 남자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아내가 여러 차례 나한테 “당신 제발 짜증 좀 내지 마. 제발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줘~”라고 했기에 알게 된 사실이다.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다가 여러 차례 그런 지적을 받게 되자,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어느 날부터 내가 아내에게 친절해야겠다고 작심하고 나 스스로 붙인 별명이다.

신랑 신부는 결혼식장에 들어설 때 각자 두 개의 ‘보따리’를 갖고 들어간다. 그 두 개의 보따리는 다름 아닌 ‘습관 보따리’와 ‘정서 보따리’다. 무슨 뜻이냐고? 부부 각자는 결혼 전 30년 동안 형성된 습관과 정서가 있다. 더러는 좋은 습관도 있지만 대부분 나쁜 습관이 더 많다. 더러는 긍정적 정서도 있지만 대부분 부정적 정서 즉 상처가 더 많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은 그런 보따리가 있는 줄도 모른다. (나는 몰랐지만 아내가 보기에 내가 짜증 내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양가 부모님과 많은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과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 하겠다고 혼인서약을 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은 정작 혼인서약의 구체적 의미를 잘 모른다. 결혼식 이벤트 중 하나로 알 뿐이다.

이들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혼인서약은 까맣게 잊고 각자 갖고 있던 ‘두 개의 보따리’를 테이블에 턱 올려놓는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에게 말한다.
“자, 이제부터 당신이 내 스타일대로 해 줘. 당신이 나 좀 이해해 줘.”
배우자는 어떻게 말할까?
“무슨 소리야, 당신이 내 스타일대로 해야지. 당신이 나 먼저 이해해주면 안 돼?”

물론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결혼생활에서 상대에게 끊임없이 그런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말이다.
그로 인해 부부는 갈등이 시작되고 결혼생활이 오래 지속됨에 따라 갈등은 점점 커진다. 부부의 행복지수는 점점 낮아지고 더러는 포기하는 부부도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까?
각자 보따리를 풀어야 한다. 자신이 먼저 보따리를 풀어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살펴보고 상대에게도 보여줘야 한다. 결혼 전에 각자 자신의 성장과정에 있었던 사건/정서에 관해 배우자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배우자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일종의 ‘나의 사용설명서’를 제공하라는 말이다. 이는 단지 과거를 고백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나는 어떤 성격이고,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잘하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할 때 마음에 상처를 받는지 등등 상세하게 알려줘라. 기계를 하나 사도 그 기계의 기능, 작동방법, 뭘 잘못 건드리면 오작동을 하는지, 어떻게 청소하면 좋은지 등등이 적힌 사용설명서를 읽는다. 사람이 기계는 아니지만 기계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고와 감정 체계를 가지고 있기에, 함께 살 상대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상대는 나를 사랑하지만, 나를 나만큼 알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것들을 충분히 나누고 이해하지 않으면 나중에 갈등 요인이 되고 위기를 맞는다. 나는 부부 갈등을 다룬 프로그램들을 자주 보는데, 1시간 남짓한 방송 분량에서 부부끼리 30분 동안 서로 물고 뜯고 싸운다. 보는 사람들이 “와, 어쩜 저럴 수가 있나!” 할 정도로. 그런데 전문가가 부부 각자의 원가정에 대해 물어보면 거의 100% 원가정에서 제대로 양육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나타난다. 그래서 전문가가 드라마, 미술 치료, 대화법 등을 통해서 배우자의 원가정의 상처를 보여주면 그때서야 상대가 “왜 진작 말 안 했어?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어?”하고 공감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부터 회복이 시작된다.

우리는 배우자의 정서를 잘 모른다. 그러면서 배우자가 나를 먼저 이해해야 하고, 내 생각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우자를 알면 내가 거기에 맞춰주게 돼 있다. 나도 모르는 나를 내가 먼저 알아야 하고, 그다음 배우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나도 배우자에 대해서 배우고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그 다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서로의 다름이 부부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가? 자신의 안경이 아니라 배우자의 안경을 써 보라. 자신의 신발이 아니라 배우자의 신발을 신어 보라.

‘아, 이렇게 보이는구나. 이렇게 불편하구나’.
이렇게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부부의 진정한 모습이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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