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가족다툼 해결법

(다음은 2017. 9월 도로교통공단 사보 ‘신호등’에 실렸던 기고글이다. 올 가을 온 가족 모두 행복한 추석이 되길 빈다.)

이제 곧 추석이다. 추석 명절은 온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이다. 1년 내내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그 날만큼은 귀성전쟁을 치르면서까지 한 자리에 모여 상봉을 하는 날이다. 적게는 2대, 많게는 3대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부모님을 만나고 사랑하는 아들딸,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를 만나니 어찌 아니 기쁠까. 이렇게 기쁜 날이기도 하지만, 저마다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지라 가족 간에 이런저런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명절증후군’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명절을 지내고 나서 가족 간에 크고 작은 후유증이 생기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어렵사리 귀성표를 구하거나 몇 시간씩 장거리 운전을 해서까지 모인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났는데 왜 좋은 감정보다는 나쁜 감정을 가지고 헤어지는 걸까. 이번 추석 명절만큼은 좋은 감정, 행복한 기분으로 지내는 방법을 알아보자.     



명절 증후군의 대명사는 뭐니 뭐니 해도 부부 갈등이다. 오죽하면 명절 후 이혼 신청이 급증한다고 할까. 그만큼 명절을 지내며 부부간에 겪는 갈등이 심각하다는 말이다. 부부간 명절 갈등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명절에 아내 혼자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남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요즘 젊은 부부들에게는 잘 해당되지 않겠으나 중년 부부들에게는 이 문제가 큰 갈등으로 번진다. 또 시댁은 가고 처가는 찾아가지 않아 생기는 불화도 있다. 이런 역할 분담이나 시댁, 처가 불평등 문제는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 부분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개념으로 해결해야 한다.      

먼저 가사 도움의 문제는 아내를 제외한 가족 전체 (남편과 아들딸)가 합심해야 한다. 명절 음식 준비는 정말 만만치 않은 문제지만,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명절 음식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다른 가족들이 그걸 몰라주는 게 섭섭한 거다. 그래서 명절이 되기 전에 온 가족이 모여 대화를 통해 “이번 명절에는 이러저러하게 역할 분담을 하자!”라고 정하는 게 좋다.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아내(엄마)가 하더라도, 다른 가족들은 상 차리는 걸 도와준다든지, 식사 후 설거지를 도와준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음식 준비하느라 수고한 아내에 대한 남편의 감사 표현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잖은가. “에이, 부부끼리 일일이 그걸 어떻게 말로 해요?”라고 할지 모르지만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부부 사이에 없어져야 할 단어가 있다면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 오히려 ‘동상이몽(同床異夢)’인 경우가 더 많다. 또 말로 하는 것도 좋지만 명절 음식 준비를 끝낸 후, 또는 명절이 지난 후 아내의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부부 둘이서 또는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본다든지, 외식을 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다. 또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부부 둘만이 오붓하게 보낼 호텔 패키지나 커플 마사지 등을 남편이 미리 예약한다면 아내가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명절 갈등의 또 다른 형태는 부모와 자식 간에 생기는 갈등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고부갈등이다. 고부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한다고 하지만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이 갈등이 큰 사회문제다. 고부갈등은 모진 시어머니와 철없는 며느리의 파워게임이라고 알기 쉽지만 그보다는 남편이 중간 역할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명절날 시댁에는 꼬박꼬박 가면서 친정에는 전혀 안 간다든지 하는 경우다. 남편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듯이, 아내 입장에서도 친정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이걸 남편이 인식해야 한다. 시부모가 더 있다 가라고 눈치를 주더라도 남편이 적당한 때가 되면 단호하게 아내 손을 잡고 일어나야 한다.      

이번에는 고부갈등이 아닌 부모와 자식 간 갈등을 다뤄보자. 부모가 보기에 속 썩이는 자식이 있으면 걱정 어린 충고를 하는 것은 부모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장성한 자식 입장에서는 잔소리로 들리기 쉽다. 특히나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일 경우 부모가 그 문제로 닦달한다 해도 해결되지 않기는 마찬가지고 오히려 부모 자식 간 관계만 나빠지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넌 도대체 결혼을 할 생각은 있는 거니?”라든가 “넌 언제까지 백수로 지낼 거냐?”, 

“너희들 손주 소식은 언제 들려줄 거냐?”는 등 예민한 질문은 삼가야 한다. 

명절을 보내면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면 안 만난 것만 못 하다.      



또 명절에 많이 생기는 갈등 유형 중 하나는 형제간 (또는 동서간)에 생기는 갈등이다. 

이 경우는 자식이 여러 명일 경우 주로 발생하는데, 사실 이 문제는 꼭 명절이라 생긴 다기보다, 평소에 부모가 자식을 비교하거나 편애해서 생긴 묵은 상처인 경우가 많다. 그런 형제들이 명절에 모이다 보니 평소 감정을 드러내서 그런 것이다. 이 문제는 부모님이 특별히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 그중 누군가의 약점이나 민감한 문제를 들춰내 상처를 줄 가능성이 있는 자식에게 미리 귀띔을 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당사자는 ‘내가 이 말을 하면 상대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도 그 말이 꼭 하고 싶으면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이라고 설명해줘야 한다. 모름지기 말의 결과를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사람의 자세다.      

이번 추석은 형식이 아니라 의미를 찾는 명절, 서로 존중하는 명절, 소통하는 명절, 회복이 있는 명절이었으면 좋겠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