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적립에 목숨 거는 당신

소비 규모가 커지다 보니 돈을 쓸 때마다 포인트 (혹은 마일리지) 적립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은행, 카드사, 통신사, 항공사, 커피숍 등 어디를 가나 포인트 적립을 하도록 해 고객은 경제적 혜택을, 생산자나 서비스 제공자는 우수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방편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지난달 충격적인 뉴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제주도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체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36)씨 사건이다. 그녀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쯤 한 마트에서 흉기와 표백제 3개, 고무장갑, 청소용 솔, 종량제 봉투 등을 사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고씨는 카드 결제 후 본인의 휴대전화로 포인트 적립까지 했다고 한다. 

기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포인트 적립이 일상화되었다고 하지만 살인을 계획하면서 산 물품에 포인트 적립을 할 생각을 하다니...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두렵지도 않고, 죄책감도 없나? 살인을 할 정도의 사람이니 보통사람들과는 사고 체계가 다른 걸까? 사람의 도리와 경제활동은  별개인가? 많은 생각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포인트 적립을 가장 많이 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바로 인간관계다. 하버드 대학교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47세까지 형성된 인간관계가 노년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중에서도 가족, 즉 부부관계, 부모 자식 관계다. 그들 사이에 적립한 포인트가 곧 그들의 행복지수다. 그러기 위해 결혼했고 그러기 위해 자식을 낳고 키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족들 간의 포인트 적립에는 너무 무심한 것 같다. 이것을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의 저자인 故 스티븐 코비는 '감정 은행 계좌' (Emotional Bank Account)라고 불렀다. 은행에 돈을 넣어 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듯이, 인간관계에서도 평소 감정(긍정적)을 적립해 뒀다가 갈등이나 위기에 순간(부정적 상황)에 꺼내 쓰는 거라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 가족 간에는 예입할 생각은 안 하고 꺼내 쓰려고만 한다. 은행 계좌에 적립은 안 하고 꺼내 쓰기만 하면 어떻게 되는가? 마이너스 통장이 된다. 부부 사이, 부모 자녀 사이도 그렇다. 매일 보는 사이니까, 가족이니까 '이해하겠지', '괜찮겠지'. '다음에 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어느 날 부부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감정 은행 계좌는 마이너스 상태가 된다. 

포인트 적립은 그때그때 하는 것이다. 그때 적립하지 않으면 소멸되고 없어진다. 특히 인간관계는 정서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고, 고맙다고 말해야 하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말에는 다 때가 있다. 그때를 놓치면 그때의 정서는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가족 간 포인트 적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부부 치료 전문가인 워싱턴 대학교의 가트만 교수가 밝힌 인간관계에 관한 긍정 대 부정의 비율이 의미심장하다. 먼저 부부 사이를 살펴보면 행복하게 사는 부부는 긍정 대 부정의 비율이 20:1이라고 한다. 보통의 부부는 5:1 정도이며, 이혼하는 부부도 1.25:1이라고 한다. 이혼하는 부부조차도 긍정의 비율이 25%나 높다는 사실이 놀랍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최소 3:1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장성한 자녀에게는 이 비율이 100:1로 올라간다고 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어떨까? 무려 1,000:1이라고 하니 이래서 고부 갈등은 해결 난망인가 보다.

가족 간 포인트 적립이야말로 우리가 목숨 걸어야 하는 거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결혼 분야 베스트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