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더럽게 안 맞네

부부, 더럽게 안 맞네

부부가 결혼생활에서 자주 하는 말이 뭔지 아는가?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와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다. 결혼만 하면 잘 살 줄 알았는데, 막상 결혼해보니 생각과 다른 거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부부는 지지고 볶으며 산다. 오래 연애한 부부도 다르지 않다. 

우리 부부도 그랬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우리 부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                                                      아내
치약을 아래부터 차분히 짜서 쓴다        치약을 아무 데나 푹푹 짜서 쓴다
쓰고 난 티슈는 바로 버린다                  쓰고 난 티슈를 놔뒀다 또 쓴다
양말을 벗어서 빨래통에 넣는다            침대 위나 방바닥에 던져 놓는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있다            시간이 임박해서 일처리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씻는다             일찍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다)

신혼 시절, 아니 결혼하고 10년 정도 될 때까지 이런 것들 때문에 참 많이도 다퉜다. 그 당시에는 정말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내도 그랬던 것 같다. 서로를 이해 못 하니 다툼이 늘어나고 갈등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부부는 같은 성향의 짝을 찾는다고도 하고, 전혀 다른 성향의 짝을 찾는다고도 한다. 어떤 게 맞을까. 

그런데 부부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단다.  
타라 파커포프가 지은 <연애와 결혼의 과학> (민음사 刊)을 인용한다 (69쪽)

'과학자들은 땀에 젖은 티셔츠 연구에서 우리가 짝을 선택하는 생물학적 근거를 발견했다. 스위스 과학자들이 여성들에게 20대 남성들이 잠자리에서 며칠 동안 입었던 더러운 티셔츠 냄새를 깊이 맡도록 했다. 실험 대상인 여성들은 특정 티셔츠를 선호했고 과학자들은 여성이 실제로 자신과 유전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상대를 골라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 여성은 무의식적으로 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라고 불리는 면역체계 유전자 군을 냄새로 알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신체는 자신과 아주 다른 유전자를 가진 짝을 찾아내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과 유전적으로 다른 짝을 냄새로 찾아내는 능력은 근친상간을 억제하고 건강한 자손을 보기 위해 진화되어 온 능력이다. 그러나  이 유인력은 여성이 남성을 고르는 데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남성은 냄새로 궁합이 맞는 MHC를 찾아내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유전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상대'라는 말이 유전자가 비슷하다는 뜻이 아니라, 아주 다른 유전자를 말하는 것이다. 흔히들 우리는 부부라는 게 서로에 끌려서 연애도 하고 결혼을 하니까 자신의 유전자와 비슷한 유전자에 끌리는 것으로 이해해 왔으나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과 다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유전자끼리 만나야 건강한 2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하, 그렇구나. 그렇다면 부부는 태생적으로 다른 거구나. 다른 게 당연한 거구나. 부부가 서로 다른 게 하등 이상할 게 없구나. 

그런데 우리는 이 다름 때문에 갈등하고 불행해한다. 너는 왜 나처럼 생각하지 않냐고, 너는 왜 나처럼 행동하지 않냐고, 너는 왜 나를 이해해주지 않냐고 상대방을 비난한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 그는 나처럼 생각할 수 없고, 나처럼 행동할 수 없고,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안 될걸 요구한 거다. 승산 없는 싸움을 한 거다. 

이제 이 싸움을 끝내야 한다. 당신과 나는 태생적으로 다르니 이해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자. 배우자의 생김새가 나와 다르듯이, 배우자의 이름이 나와 다르듯이 '우리는 A부터 Z까지 다른 거구나'하고 인정하다. 그렇게 인정할 때 우리는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