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남, 주도적? 보조적?

남편의 육아, 주도적? 보조적? 어느 게 맞을까?

어느 유명인이 젊은 나이에 주례를 섰는데 그의 주례사가 개념주례사란 이름으로 많이 회자되었다. 아니 사실은 이 주례사 때문에 유명해졌다. 

그는 주례사에서 자신이 해본 일 중에 가장 힘든 일이 육아였다며, 남편이 하는 잘못된 말 중에 "나도 열심히 육아에 참여하겠다" "나도 육아를 돕겠다"라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육아는 아내가 전적으로 하고 남편이 돕는 게 아니라 똑같이 열심히 해야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부의 말로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육아를 감당하는 아빠가 되라"라고 하면서 "그것이 신랑이 커다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첫 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주례사 이후 많은 여성들의 호응을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 분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바다. 자녀는 부부에게 주어진 최고이자 최선의 축복이다. 육아는 아빠나 엄마 한 사람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니라 공동의 과제다. 자녀를 낳아 잘 키우는 것은 모든 부모의 과제이자 숙명이다. 사실 그것 때문에 결혼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개념은 새로운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 개념이 오늘날 젊은 부부들에게 새로운 갈등의 빌미가 되고 있다. 무슨 말이냐고? 여전히 육아는 엄마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고 남편들은 보조자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 때 남편이 아내에게 "내가 도와줄게"라고 말하고 육아에 참여하려고 할 때 발끈하는 젊은 아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뭐라고? 도와줘? 육아가 도와주는 거야? 애를 나 혼자 낳았어? 도와주는 게 아니라 당신이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거라고!"라며 발끈한다. 드디어 전쟁이 시작된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는 이런 현상이 유독 심하다. 

이 말은 들은 남편은 어떨까? '아니 도와준다는데 왜 화를 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안 도와주는 사람도 있는데 도와준다면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왜 화를 내?'라는 생각이 들 거다. 그런 말을 듣고도 기분 좋게 돕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다시는 도와주나 봐라. 이제부턴 모른 체 할 거야'라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물론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주도한다'는 ​단어와 '돕는다'란 ​단어가 그렇게 다른가? '주도한다'는 主고 '돕는다'는 副인가? 그깟 용어가 뭐 그리 중요한가? 용어 싸움에 이겨서 뭐 하나? 용어야 어떻든 많이 도와주고 자주 도와주면 좋은 거 아닌가? 그래서 상대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면 좋은 거 아닌가? 똑 같이 열심히 하라면 50:50인데 이게 가능한가? 51:49의 역할이면 기분 나쁠까? 그 정도면 도긴개긴 아닌가? 그 정도면 감사할 일 아닌가?

아내들이 이렇게 하면 어떨까? "우와 자기가 도와주니까 너무 좋다. 그 시간에 나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자기야, 나 다음에 또 도와줘. 오늘 정말 고마웠어"라고 말하면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어떨까? 딱히 말은 안 해도 속으로 '아, 내가 도와주니까 이 사람이 정말 좋아하네? 다음에 또 도와줘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은 인정받기를 원한다. 특히 아내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최고로 삼는다. 아내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남편은 도와주고 아내는 고마워하고, 남편은 기분 좋아서 또 도와주고, 아내는 그게 고마워서 또 칭찬하고, 이게 선순환이다. 나는 이걸 escalating love 상승애(愛)라고 부른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아내들은 도와주려는 남편의 의지를 꺾어버린다. 그깟 용어 때문에!

부부는 '돕는 배필'이다. 돕는 배필을 영어로는 helpmate, helpmeet라고 한다. 단어 그대로 부부란 돕기 위해서 결혼하는 거다. '돕는다'는 말이 왜 그렇게 기분 나쁠까? 남자가 잘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잘 하는 일이 있다.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배우자가 도와주면 더 잘 할 수 있다. 선배 남편들은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요즘 남편들처럼 도와만 줘도 감사한 일이다. 도와주는데 왜 화를 내나? 도와주면 어떻고, 같이 하면 어떤가. 그 때문에 싸운다는 게 더 이상 하지 않나? 용어가 그렇게 중요한가. 도와주던 같이 하던 나눠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것 때문에 서로 상처주고 받고 갈등하고 지지고 볶고 사는 게 문제다. 대한민국 부부들이여, 우리 그깟 용어 따위에 발끈하지 말자!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