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부익부빈익빈이다

"나는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다"

이렇게 말하면 몇몇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몇몇 사람은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네가 무슨 국가대표냐?"는 식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사실 대한민국 가정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대부분의 가정 사역은 주로 교회, 성당 등 종교기관에서 진행한다. 그러니 이건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그리고 각 지자체의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서 이벤트 형식의 강의나 교육 과정을 진행하곤 한다. 몇 년에 걸쳐 정기적, 장기적으로 하는 기관은 없다. 나는 9년째 행아모(행복한 아버지 모임)를, 4년째 둘이하나데이를 오프라인에서 강의나 교육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국가를 대신해서 내가 그런 일을 하고 있으니 나야말로 국가대표 아닌가. 

행아모이던, 둘이하나데이던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 올 필요가 없는 분들이 많이 온다. 이미 충분히 행복한 분들이거나 크고 작은 갈등은 있어도 무난하게 지내는 부부들이다. 그들은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더 잘하고 싶어서 오고, 강의/교육을 통해 더 성숙할 수 있는 분들이다. 정작 꼭 필요한 분들은 이런 강의나 교육을 멀리 한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행복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그러다 가끔 가족관계 특히 부부 관계에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분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자의에 의해서 온다기보다 다른 사람의 강권에 이끌려 마지못해 온다. 그렇게 아무 기대 없이 왔던 그들이 마지막 생명의 밧줄을 잡는 일이 일어난다. 그럴 때 기적이 일어난다. 

얼마 전 진행한 오프라인 강연회에 참석한 한 커플이 그랬다. 그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부였다. 젊고 예쁜 아내는 어린 나이에 첫 결혼에서 실패 후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재혼을 했는데, 남편은 어릴 때부터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고 성인이 되어 결혼생활을 하지 않은 채 여러 여자를 만나다 처음 결혼하게 된 처지였다. 아내는 첫 결혼에서 낳은 아이를 데리고 왔고 지금의 남편과의 사이에서도 아들을 갖게 됐다. 

이 가정의 문제는 아내와 친정식구들은 남편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작 남편은 하나도 감사할 줄 모른다고, 그래서 아내가 이젠 그 생활이 지친다며 이혼을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아내와 친정 가족은 신앙심으로 지금까지 남편을 위해 기도하고 기다려 왔는데 전혀 변화되지 않는 남편의 모습에 아내와 가족 모두가 이젠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상태였다. 남편은 남편대로 남편, 아버지가 될 준비도 없이 생판 처음 보는 딸아이의 아버지가 되어버렸는데 어디에서도 남편의 역할, 아버지의 영향력에 대해서 배우지 못하다 보니 그저 밖으로만 돌고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서 절망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내는 이혼 결심을 굳힌 상태에서 지인의 소개로 마지못해 모임에 참석한 거였다. 나는 예정된 강의를 하였고 강의 중에도 유난히 그 부부에게 눈길이 자주 갔다.

다음 날 이 부부를 인도한 분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강의 후 두 부부가 티타임을 가졌는데 남편이 초대자에게 "이런 모임이 있는 줄 난생처음 알았다. 좋은 강연에 초대해 주어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표현했고, (그 모습을 보고 더 놀란 사람은 아내였을 거다) 더 놀라운 것은 다음날 아침 남편이 그분에게 "한 여자의 남편으로,  두 아이의 아빠로서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그 소식을 전해 듣고 너무 기뻤다. 수년간 두 모임을 인도해 오면서 힘들고 지칠 때도 많았지만 이렇게 회복의 소망을 발견하는 분들을 만날 때 나는 내 직업이 자랑스럽다. 잃어버렸던 한 마리 양을 찾은 심정이다. 그래서 내가 그 부부를 이제부터 케어하겠다고 했다. 이제 그 부부도 행복에 대한 소망을 갖고, 꾸준히 배우고 실천하면 삶에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갈등을 잘 해결하는 과정이다. 

나는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결혼 분야 베스트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