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죽일까? 살릴까?

나는 7개월째 손목 관절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동네 의원을 2군데나 다니며 적지 않은 돈도 썼는데 잘 낫지 않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에 예약, 진료를 받았다.

진료 상담 중에 아내가 의사에게 내가 손목이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내 손목 사용 행태를 5가지나 구구절절이 말이다. 다 듣고 난 의사 왈 "자세히도 보셨네요. 다른 부부들은 꼴 보기 싫다고 아프던 말던 절대로 안 본다는데... 참 보기 좋아요" (이 분 혹시 우리 디스 한 거 아니겠지?)

그 말을 듣던 아내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아이고, 아니에요. 손목 아프니까 저녁마다 해주던 설거지도 요즘 못해 줘요"라고 투정한다. (아내의 요구로 2년 동안 내가 집에서 저녁 먹은 날은 내가 설거지를 했는데 손목을 못 쓰니 한동안 못 하고 있다)

칭찬하는 의사나, 굳이 아니라는 와이프나... 참 혼란스럽다. 그나저나 손목이나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평소 아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당신이 큰 병이 걸려서 잘못되는 거야 내가 어쩔 수 없지만 웬만한 병은 내가 다 고쳐줄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난 그 말을 100% 신뢰한다. 아내는 내 몸을 나보다 더 잘 안다. 평소 나의 행동과 습관을 유심히 보고 뭐가 득(得)인지 뭐가 실(失)인지 얘기해준다. 처음에 들을 때는 잔소리 같아서 듣기 싫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대부분 맞는 말이다. 그러니 내가 아내의 말을 소홀히 들을 수 없다. 나는 어떨까. 나는 그런 면에서 센스가 좀 떨어진다. 그래서 아내는 노후에 자신이 아파도 내가 별로 도움이 안 될 거 같다며 걱정이 많다.

나보다 연배가 높은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대부분 나이 들어감에 따라 여기저기 아픈 곳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때 의사가 나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렇다. 나이 들수록 배우자는 꼭 필요하다. 이외수 선생이 최근에 유명을 달리했는데 졸혼 관계에 있던 부인이 졸혼을 청산하고 남편의 장례와 사후를 돌보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졸혼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가시는 길이 그렇게 외롭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배우자가 있어도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큰 병이 걸렸을 경우 물론 의사 말을 잘 듣고 치료해야 되겠지만 대부분의 병은 환자의 습관이나 행태로 인한 경우가 많다. 그 경우 환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배우자일 것이다. 그래서 배우자의 훈수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친구가 암이 걸렸는데 1년도 안 돼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부인이 정말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픈 남편을 위해 가정에서 가족들이 챙겨야 할 일이 정말 많은데 그 부인은 의사만 쳐다보고 있었다. 부부 금실이 정말 좋았었는데 금실이 좋다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흔히들 부부를 백년해로하는 사이라고 한다. 부부란 100년을 사는 동안 희로애락과 영욕을 함께하는 사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배우자', '반려자', '옆지기'라고 하는 거다.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옆을 지키는 것이 부부의 도리고 역할이다. 그래서 주례자가 혼인서약에서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서로 사랑하겠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이참에 나도 노후를 대비해 가사를 열심히 배우고 아내를 많이 도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기 전에... 일단 손목부터 낫자!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